[사회혁신포럼]"도대체 사회혁신이 뭔데?" 제 1회 사회혁신포럼

낭만민네이션
2021-07-31
조회수 146

[첫 번째 사회혁신포럼]

사회혁신이 뭔지 모르시겠다구요? 너무 복잡하시다구요? 그래서 사회혁신해봄협동조합 '혁신해봄'이 준비했습니다.
사회혁신 논문을 바탕으로 쉽고, 일상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여러분에게 사회혁신을 소개하는 자리에 초대합니다!

ㅇ 행사명 : 1st 사회혁신포럼
ㅇ 일시 : 2020.4.29(수) 19:30 ~ 21:30
ㅇ 장소 : 영등포 카페봄봄(영등포역 1번 출구)
ㅇ 신청 : bit.ly/사회혁신포럼
ㅇ 참가비 : 5천원(1005-403-360777, 우리은행)
※ 사회혁신해봄 조합원 참가비 무료
ㅇ 주최 : 사회혁신해봄협동조합
ㅇ 주관 : 혁신해봄(사회혁신스터디그룹)
ㅇ 문의 : 낭만민네이션(010-7102-6750)







발제 1.


한국사회혁신의 맥락과 특성(한국 ‘사회혁신’의 지형도 – 새로운 통치합리성과 거버넌스 공간의 등장, 이승철, 조문영)


1. 개요

사회혁신, 소셜벤처, 사회적경제 등의 각종 이름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이름에서 사회혁신이라는 기표가 얼마나 탄력적으로 기능하며 다양한 행위자들을 자신의 우산 아래 결집시키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언제부터인가 사회혁신은 낯선 신조어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용어가 되었으며 기업, 정부, 시민사회, 언론, 한계를 가로지르며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 글은 다양한 영역에서 출몰하고 전파되고 있는 사회혁신 담론과 실천의 성격을 조명하고 그 확산 배경을 한국사회의 역사적 맥락과 지형 속에서 탐색하려는 시도이다. 합의 없이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는 개념의 분산을 한국사회의 특수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조망하고 이러한 혼돈이 가지는 함의 자체를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사회혁신을 정부-기업-시민사회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며 새롭게 등장한 혼종적 거버넌스의 공간에서 작동하는 통치합리성으로 파악하고 통치하립성이 전제하는 사회적 상상과 지식, 주체성의 형태를 밝히고자 한다. 사회혁신을 통치합리성으로 이해한다 함은 사회혁신을 단순히 하나의 사회변화 방법론이 아닌 새로운 주체성과 사회적 관계를 창출하기 위해 현실에 개입하고 주체의 실천을 통솔하는 다양한 지식, 테크닉, 실천으로 구성된 통치프로그램이자 “통치실천에 관한 사유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미나 : 사회혁신을 기존의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하고, 사회혁신의 추진 주체로서의 시민들의 역량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한다

송석휘 : 사회수요 충족, 효과성, 새로움, 실천강조, 사회행동역량 제고라는 사회혁신의 5가지 핵심요소와 기타 공통요소를 제시하며 좀 더 실천지향적인 공무원의 인식제고가 요구된다고 주장

송위진 : 사회분야와 과학기술분야의 사회혁신을 구분하며 이 둘을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

정서화 : 공공혁신, 시장혁신, 사회적 경제 혁신을 사회혁신의 기본영역으로 제시하고 정부가 국자중심 혁신체제에서 벗어나 사회혁신체제의 네트워크 촉진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


주로 행정학, 경영학을 중심으로 제출되는 사회혁신 연구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는다. 대부분의 연구들을 사회혁신의 등장배경을 4차 산업혁명, 인구변화, 환경위기 등으로 인해 “과거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이 출몰한 데서 찾으며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시장-시민사회의 구획을 넘어 협력ㅇ[p 기반한 사회혁신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접근은 특정한 이슈가 사회문제로 부상하는 “문제화 과정”의 결과로 설명되어야 할 새로운 사회문제의 등장을 자연적인 인류사적 전환의 결과로 전제하고 대응의 필요성과 결부시킴으로써 사회혁신이 등장하고 전파되는 과정 전반을 극적으로 탈정치화, 탈역사화한다. 이는 사회혁신의 등장과 그 특성을 역사적, 정치적 맥락 속에 추적하기보다 기능적 요소들의 작동을 살피는데 집중한다.


반면 우리의 시도는 한국에서의 사회혁신 담론과 실천의 등장을 역사적, 정치적으로 분석한 소수의 기존 연구들과 친연성을 가진다.

장훈교 : 신자유주의 정부의 딜레마에서 비롯된 타협책으로 이해하며 사회혁신을 민주화와 신자유주의화가 경합하는 정치적 장으로 재정의한다.

김은지 : 2000년대 중반 시민 운동의 위기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등장한 것으로 보고, 기존의 시민운동을 탈정치화하고 국가와 시장에 보다 협력적인 주체들을 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 속에 설명한다는 충분한 의의를 지니지만 각각 행정과 시민운동 영역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빠르게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사회혁신 영역을 조망하는 데에는 한계를 가진다. 우선 기업, 정부, 시민사회의 영역에서 혁신의 문제의식이 각기 어떠한 맥락에서 등장했으며 어떤 형태로 수렴되었는지 간락하게 살펴본다. 인류사적 전환의 자연스러운 귀결로 보거나 기업에 적용되던 혁신의 방법론이 정부 및 시민운동에 접합된 결과로 파악하는 단순한 내러티브를 넘어 기존의 사회구성을 문제화하고 사회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했던 이질적 흐름과 다양한 열망이 존재했음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절에서 통치합리성으로서 사회혁신이 전제로 하거나 새롭게 생산하는 사회적 상상과 지식 및 주체성의 형태를 고찰한다. 사회혁신 담론과 실천이 가지는 특성들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공통의 인식론적 전제 위에 배치되는지, 궁극적으로 어떻게 사회혁신이 새로운 사회, 지식, 주체의 형태를 생산하기 위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기능하는지 보여줄 것이다.


2. 사회혁신 담론과 거버넌스 공간의 부상 : 기업, 정부, 시민사회의 혼종화

사회혁신 담론과 실천장의 등장을 둘러싼 역사적 궤적을 기업, 정부, 시민사회 세 영역으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 다소 도식적일 수 있으나 이질적 흐름들을 분류하고 정리해서 그 전체적인 지형도를 제작하고자 한다. 분석의 편의를 위해 기업, 정부, 시민사회 영역을 구분하여 서술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오늘날 사회혁신 담론 및 실천의 조건이자 효과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전통적 구분을 점차 무화시키는데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 기업 영역 : ‘혁신’과 ‘사회적인 것’의 조우

우선 기업 영역에서 혁신 담론자체는 낯설치 않은 것으로 조셉 슘페터가 혁신을 ‘기업가 정신’의 핵심 요소로 제시한 이래 자본주의의 주기적 위기와 경제불황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호출되어 왔다. 슘페터에 따ᆞ르면 혁신은 기업에 대한 외부적 개입이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기업가 자신이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요소들 및 생산수단의 새로운 조합을 통해 내재적 발전을 추구하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혁신적 활동을 현재의 정태적 균형을 파괴하고 시장에 새로운 발전과 활력을 가져오는 창조적 파괴로 정의했다. 정태적 균형은 곧 위기를 의미하고 혁신만이 위기를 해결할 방책이었던 것처럼 1990년대 중후반을 전후한 경제위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제조업 경쟁력 위기론과 함께 유통되던 혁심 담론과 실천은 1997년 금융위기 이후 벤처 열풍으로 구체화되었다. 지식경제를 기반으로 기존 발전모델을 대체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견하려는 정부의 의도와 대기업-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익의 원천을 찾으려는 시장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2000년까지 1만 개 이상의 벤처기업이 설립되었고 이들의 활동이 혁신의 이름으로 재현되고 정당화되었다. (물론 벤처열풍 자체는 2000년대 초반 실리콘 밸리의 닷컴 버블이 붕괴하며 다소 사라졌다.)

이후에도 창조경제나 4차 산업혁명, 혁신성장 논의에서 보듯 기업 영역에서의 혁신 담론은 신기술과 정보산업에서 스타트업 활동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과 이윤 제고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존 틀의 연속선상에서 작동하고 있다. 동시에 벤처붐이 혁신담론의 기원을 이룬다는 점은 한국에서 혁신의 역사가 처음부터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연관 속에서 등장했음을 보여주며, 이는 이후 혁신과 사회적인 것의 조우를 가능케 하는 하나의 조건으로 작용하게 된다.


기업 영역에서 혁신 담론은 2000년대를 거치며 몇 가지 계를 통해 사회적인 것에 대한 담론과 조우하게 된다. 첫 번째 기술혁신 영역에서 ‘오픈 이노베이션’등 여러 실험을 통해 사회적 협력이 가지는 중요성이 점차 부각된 데서 찾을 수 있다. 기술 복잡서으이 증가로 기술혁신을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자원이 투자가 요구되는 반면 실패 위험성이 커지면서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자원을 다른 행위자들과 공유하여 함께 기술혁신을 이루려는 시도들이 증가했다. 2000년대 후반 한국에서도 “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혁신에 참여시키는 방식이 기업과 정부 양쪽에서 적극적으로 모색되어 왔다.

두 번째 배경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활발히 전개되어 온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CSR)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경제의 모순에 대한 대기업 책임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국제적으로 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공헌 영역이 크게 확대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며 단순히 공인된 사회책임규준을 지키는 것을 넘어 공동체 행위자들과 적극 협력하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가치창출(CSV)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이어졌다. 즉 이제 사회 및 공동체는 기업 경쟁력 강화와 혁신을 위해 활용되어야 할 하나의 전략적 장이자 파트너로 부상하게 되었다. 기업이 이 과정에서 강화되는 정부, 시민사회와의 퍼트너십을 CSV, BOP 등의 이론을 통해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CSR부터 이어져 온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논의와 실천은 사회혁신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게 된 하나의 장을 제공한다.

기업 영역의 혁신이 사회적인 것의 문제의식과 조우하게 된 마지막 계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부의 적극적 노력을 통해 형성된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찾을 수 있따. 정부는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도입하고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전개해 왔다. 2000년대 후반 사회서비스 시장의 도입과 맞물리며 국가와 시민사회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던 복지, 돌봄, 환경 등의 영역에 기업들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유사 시장을 탄생시켰다. 대기업의 사회공헌과는 다른 맥락에서 기업활동과 사회적인 것 간의 접면으로서 사회적 경제 영역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새롭게 창출되었다


이렇듯 다소 분리되어 발전해 온 벤처-스타트업 문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사회적 경제 영역은 2010년대 들어서 크게 “사회혁신”의 우산 아래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 먼저 지식경제나 IT기술에 집중하던 벤처기업들은 이제 기술개발 과정에 사회적 행위자들을 포함시키고 사회문제의 해결을 자신의 활동영역이자 목적으로 삼는 소셜벤처 혹은 사회혁신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편 대기업과 정부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회혁신’은 바로 이러한 기업혁신과 사회적인 것 간의 공유지를 정의하는 이론적 기반이자 다양한 행위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실천 원리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2) 정부 영역 : 국가 혁신의 확대

기업 영역의 사회혁신담론 등장에서도 볼 수 있듯 한국의 사회혁신 담론의 역사에서 정부는 주도적,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정부 영역에서 사회혁신의 등장은 1990년대 말 신지식인 운동과 벤처 창업지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벤처 육성전략은 경제 불황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시작되어 잠재적 ‘신지식인’으로 간주되는 청년들의 창의성, 유연성, 도전정신 등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이러한 프레임이 경제위기와 청년일자리 대책을 고민하는 과정에 등장한 사실은 2010년대 이후 정부의 사회혁신 담론이 청년정책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사회문제를 대상으로 본격 등장하게 되는 일종의 전사로 기능하게 된다.

혁신논의가 본격 역수입된 것은 2000년대 초중반 참여정부가 선진 혁신국가 건설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를 설치하여 행정 차원에 혁신 패러다임을 도입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단순히 기업의 혁신원리를 행정에 적용하여 정부조직의 효율성 향상을 넘어 국가를 ‘행정서비스 공급자’로 분명히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시민사회와 기업의 참여를 전면화하고 이들과의 수평적 거버넌스 공간을 창출하는 역할로 그 위치를 조정하는 패러다임 차원의 변화를 수반한 것이었다.

사회혁신이라는 이름하에 정부의 구체적 사업들에 혁신 방법론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박원순 서울시 정부의 등장을 통해서라고 할 수 있다. 사회혁신 전담 부서 설치, 리빙랩, 혁신파크 조성, 시민참여예산 등 사회혁신 원리가 실험 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을 적극 만들어왔다. 이는 기업 및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 공간을 창출하는 형식적 변화를 혁신으로 본 참여정부를 넘어 정부의 실질적 활동을 혁신과 동일시하고 정부 자체를 기업과 시민사회들이 사회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모표로 하는 것이다.

기업과 시민사회와의 협력적 거버넌스가 빠른 시일 안에 자리잡게 된 데는 몇 가지 사회경제적 배경이 존재한다. 우선 이 같은 시도가 1990년대 중반 기존 발전모델의 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연장선에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회혁신은 기존의 국가 대기업 중심 발전주의 전략과 구분되는 동시에 시민의 동원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발전의 추구라는 새로운 통치프로그램으로 이해될 수 있다. 두 번째, 사회혁신의 빠른 수용은 신자유주의 시대 정부에 제기되는 상반된 요구들 속에서 일종의 타협점을 찾으려는 정부 노력을 반영한다. 과거 발전모델의 한계와 경제위기를 계기로 급격히 신자유주의로 이행한 한국사회의 경우 기존의 과도하고 권위적인 정부 축소가 강력히 요구되었던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 원리의 확대로 인해 증대된 삶의 불안정성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관리해야 할 필요성 역시 중요하게 제기되었다. 이처럼 정부 영역의 사회혁신에 대한 관심은 두 모순된 요구 간의 하나의 타협점으로 공적재정의 한계내에서 공적 책임을 확장해야만 하는 조건에 대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혁신의 행정원리화가 민주화 이후 전개된 시민사회 운동의 성과 중 하나라는 점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3) 시민사회 : 거버넌스 파트너로서의 사회운동


사회혁신 담론의 등장 과정에서 시민운동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유럽 등과 비교하여 한국의 사회혁신 지형을 특징짓는 요소 중 하나이다. 기업, 정부의 혁신 담론이 구체화되기 이전에 사회혁신은 2000년대 중반 개혁적 시민운동 세력에 의해 최초로 제기, 유포되었으며 박원순 시장은 시민운동가 시절 시민사회 영역에 선구적으로 수입해 주창해온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시민사회에서 사회혁신 담론은 2000년대 중반 활발히 제기된 시민운동의 위기 혹은 전환이라는 문제의식에 대한 대응으로 등장했다. 정치적 민주화가 진전되고 자유주의 세력이 집권한 2000년대 중반 정치지형을 배경으로 “정치사회와 권력에 대해 시민사회를 대립시키는” 기존의 중앙집중형, 문제제기형 시민운동 방식이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공통의 문제의식에 기반해 있었다. 기존의 정치 중심 혹은 문제제기 중심의 시민운동과 결별하고 “다양한 사회문제들에 대해 사회공학적인 해결대안들”을 모색, 제시하는 시민운동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에 맞춰졌다. 개혁적 시민운동은 이에 따라 유럽에서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된 시민참여 모델에 기반한 ‘시민주도’의 ‘문제해결형’사회운동 즉 사회혁신을 시민운동의 새로운 전망으로 제안한다. 박원순 서울시 정부의 탄생이 가져온 중요한 변화는 ‘사회혁신의 대중화’를 위한 문적, 인적 자원의 동원을 가능케 했고 그동안 개혁적 시민운동과는 상이한 맥락 속에 전개되어 온 다양한 지역운동, 주민운동, 사회운동의 흐름들을 ‘사회혁신’이란느 이름으로 묶어내고 조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전국적 사회운동의 부진, 지역 내 진보정당 운동의 쇠퇴, 부문 운동들의 전망 부재 등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사회운동 세력은 국가와 시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행하던 도전자에서 서울시가 열어놓은 사회혁신 거버넌스 공간의 협력자이자 사회혁신 주체로 스스로 정체성을 변화시키고 있다.

많은 사회혁신 논자들이 이러한 전환을 역량강화된 시민과 새로운 시민운동의 등장에서 비롯된 자연스런 변화로 묘사하지만 이 과정에도 다층적인 동기와 이해관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먼저 사회혁신이 시민사회에서 적극 받아들여진 것은 사회혁신의 실천이 그 형식에 있어 시민결사를 창출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직접 풀어나가는 민주주의의 확장으로 받아들여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단순한 거버넌스 과정에 참여와 협력으 넘어 민주주의의 이상과 긴밀하게 결합해 의미화되면서 사회운동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 혁신 방법론 도입이 실제 사회운동 현장에서는 “부족했던 전문성의 확충” 과정이나 “기존 운동방식을 고수하는 단체들과의 상상적 구별짓기”의 일환으로 수용되는 경향 역시 존재한다. 특히 영국, 미국 등에서 성공한 선진국형 시민운동의 형태로 수입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혁신은 전통적인 사회운동적 실천에 비해 우월한 상징적 지위를 획득하게 되는데 그 결과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의 형태로 전환하거나 거버넌스에 적극 참여하는 기존 시민운동단체들이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 기업으로부터 경영컨설팅을 받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자립할 수 있는 자율성과 지속가능성을 획득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혁신은 기업, 정부, 시민사회를 가로지르며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행정관료, 벤처사업가는 물론 과거의 사회변혁가, 시민운동가들이 이제까지의 분리된 영역을 뛰어넘어 연계되고 협력하는 공간이 생성되고 협력에 담론적, 실천적 기반을 제공하는 공통언어가 사회혁신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3. 사회혁신의 통치합리성


사회혁신은 다양한 주체들이 자신들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투영할 수 있는 매우 탄력적인 기표로 작동해왔지만 이는 역으로 이질적인 실천들 간의 공통의 인식론적 전제와 실천원리가 사회혁신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화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사회혁신을 정부-기업-시민사회의 거버넌스 공간에서 작동하는 통치합리성으로 바라보고, 내포된 사회적 상상과 지식형태, 주체성의 문제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사회혁신이 단순히 기존의 혁신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을 넘어 특정한 사회성, 지식형태, 주체성을 전제로 삼고 담론과 실천을 통해 이를 생산하기 위한 기획임을 주장할 것이다. 동시대 여타의 사회적 실천들 속에서 사회혁신이라는 기획이 가지는 특수성의 지형도를 조망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1) 사회적 상상 : 구조와 제도에서 네트워크와 플랫폼으로


사회혁신의 특성을 이해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사회변혁, 사회개혁이라는 보다 고전적인 사회변화 방법론과 비교해보는 것이다.


김병권 : 사회변혁과 사회개혁은 변화의 목표(권력구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가 국지적인 제도적 변화를 목표로 하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 엘리트의 청사진에 따라 탑다운 방식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기획이며 두 전략 모두 엘리트와 시민의 경계가 사라지고 파편화된 현대사회에서는 그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2008년 촛불집회를 이러한 구도를 무화시키는 스마트시민의 등장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하며 고전적 사회실천들은 자신의 일상에서 자발적인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사회혁신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장훈교 : 1980년대 한국의 사회변혁 운동이 전체사회의 변화를 목적으로 혁명이라는 변화의 방법론을 가지고 있었다면 1990년대 중반 이후 시민사회의 개혁운동은 국가 및 시장에 대한 감시자의 입장에서 요구의 정치 및 부분적 제도 개선을 자신의 방법론으로 삼았음을 지적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사회혁신은 이 둘과 구분되는 것으로 국가 및 시장과의 협력적 관계를 통해 혁신모델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목할 점은 사회변혁, 개혁, 혁신 간의 차이가 사회라는 공통의 고정된 영역에 대한 개입방식의 차이를 넘어 각각 상이한 사회적 상상에 기반해 있으며 더 나아가 실천을 통해 사회상을 (재)생산한다는 점이다.


사회변혁의 실천은 사회를 하나의 총체적 구조로 이해하고 구조 전체를 조망하고 외부에서 개입할 수 있는 메타적 위치 혹은 시선을 그 전제로 한다. 사회개혁의 실천은 사회를 상호분화된 제도의 합으로 이해하고 정치와 경제 혹은 국가와 시민사회라는 분화된 영역 속에서 내부적인 제도개혁과 지속적, 점진적 개혁을 위한 진지구축을 목표로 한다. 사회혁신은 테일러가 근대의 사회적 상상의 이중초점이라고 명명한 사회 내외부의 구분과 구조에 대한 메타적 전망은 물론 국가와 시민사회의 대립 같은 사회내부의 분화와 고정된 진지구축의 문제의식이 폐기되는 시점에서 등장한다. 사회혁신의 사회적 상상에서 사회는 선험적으로 주어진 고정된 개입대상이 아니라 부분적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직접 조립해 나가면서 사후적으로 구축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된다.


김병권의 비유, 혁명과 개혁의 청사진이 높은 창공 위에서 항공사진을 찍듯 제출한 것이라면 사회혁신의 실천은 무수히 많은 똑똑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구글이 스트리트뷰를 만드는 과정에 유비될 수 있다는 것


기존 요소들의 새로운 결합을 추구하는 사회혁신의 사회적 상상에서 고전적 사회운동의 개입대상 혹은 장소였던 구조와 제도를 대체한 것은 다양한 행위자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와 주요 결절점으로서의 플랫폼이다. 사회혁신은 정부-기업-시민사회의 경계를 넘어 행위자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사회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이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그자체의 방법론이자 목적으로 삼는다. 즉 주어진 객관적 구조와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자발적 행위자들의 참열르 통해 수평적 공동체와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것이 혁신의 일차적 과제로 제시되며 탈위계적, 탈영역적인 수평적 관계구축 자체가 사회혁신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동시에 행위자들 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촉진, 관리하는 플랫폼의 기능이 중요해지며, 정부, 대기업, 시민단체 같은 고전적 행위자들은 이러한 플랫폼을 구성하거나 자체조직을 플랫폼으로 전환시켜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연결자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 받는다.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 혹은 네트워크의 열대우림이 사회혁신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자 사회혁신을 통해 건설해야 할 사회의 이상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네트워크와 플랫폼에 기반한 사회상은 언제든 가능한 개별행위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분리 그리고 이를 통한 요소들의 재조합과 관계 변화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구조 혹은 제도 간의 접합에 기반한 사회 개념과는 구분된다.


네트워크와 플랫폼에 기반한 사회상 추구는 사회혁신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될 뿐 아니라 구체적인 혁신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하나의 원칙으로 제시된다. 리빙랩은 이러한 사회적 상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업, 지자체, 문제당사자 누구도 리빙랩의 설치주체가 될 수 있으며 참여주체들은 해당 사회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협력과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하게 된다. 기존에 파이프라인 식 정책결정을 기업-정부-시민 모두가 평등하게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 형태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지속과 확산은 해결과정 전체를 지배하는 원리로 기능할 뿐 아니라 사회문제의 진단, 해결, 향후 전망 모두에 걸쳐서 네트워크와 플랫폼의 부족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새로운 네트워크의 구축이 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와 참여, 협력 플랫폼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적 상상이 가지는 양가적 속성이 있다. 참여와 수평적 협력은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실천 내에서 민주적 원칙의 확산으로 이해되곤 한다. 플랫폼 구축을 통해 당사자 시민들의 참여와 권한을 확장하고 다른 행위자들 간의 수평적 협력을 강조하는 사회혁신의 담론은 자신의 일상적 문제에서 시작해 연대와 협동의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일종의 연합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사회혁신의 사회적 상상에 내재한 이러한 민주적 속성은 사회혁신의 실천이 시민사회 영역에서 빠르게 수용된 중요한 요인 중하나이다.


하지만 행정서비스 및 기업의 업무를 외부화하고 그 비용 및 리스크를 낮추려는 계산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 더 나아가 네트워크의 수평적 상상력이 사회관계에 내재한 불평등이나 배제의 문제를 비가시화할 위험이 상존한다. 사회혁신 담론은 근본적인 이해관계나 관점의 충돌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경향을 지닌다. 사회적 행위자들을 제각기 자신의 이해를 담지한 수평적인 존재로 묘사하는 것은 이들 간에 존재할 수 있는 지배나 착취의 동학을 비가시화할 뿐 아니라 구조적, 제도적 변화가 아닌 네트워크와 플랫폼의 구축을 통한 이해관계의 조절과 극대화로 사회문제의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환상을 유포한다. 사회문제가 각종 제도적 모순을 통해 진단되고 해결책이 모색되기 보다는 네트워크의 단절로 문제화되고 협력플랫폼의 구축이라는 해결책이 등장하고 이를 통해 모든 참여자들이 이익을 보는 이롲의 좋은 사업기회로 제시되는 것이다. 사회구조 전체를 조망하는 메타적 시점과 제도 중심의 전문지식에 대한 민주주의적 문제제기와 참여, 협력에 대한 강조가, 결국 다차원적인 구조적 적대나 행위자 간 갈등의 가능성이 적절히 사고되거나 기입될 공간을 결여한 이차원적인 수평적 네트워크 및 플랫폼의 사회적 상상으로 귀결되고 마는 것이다.


2) 지식형태 : 비판이론, 전문지식에서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사회혁신 담론에서 네트워크의 가능성에 대한 무한한 믿음은 모든 행위자들이 문제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회혁신의 전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세상을 바꿀 위대한 창조적 힘이 있다”는 그라민뱅크의 무하마드 유누스의 발언에서 창조적 힘의 원천은 바로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사회혁신에서 아이디어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 혹은 새로운 접근을 말한다.


무엇보다 아이디어는 전문지식과 구분된다. 사회혁신은 네트워크를 통해 아이디어를 확장시키는 공동-창조의 과정이며 아이디어는 주체가 일상생활에서 경험을 통해 습득한 상황적 지식, 즉 문제에 대한 전문적이고 명시적인 지식이라기보다는 현장과의 긴밀한 접촉과정에서 형성된 암묵적 지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암묵지는 사회문제 해결의 중요한 원천으로 기능한다. 일련의 사회혁신 방법론은 실질적 경험에 기반한 개개인의 아이디어들이 폐쇄적인 전문가 집단의 지식보다 더 정확히 상황을 이해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전제에 기반해있다. 개발기구에서는 지역주민들을 개발의 파트너로 참여시킴과 동시에 그동안 무시되었던 주민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개발계획에 반영하고 스스로 의제를 설정하게 하는 역량강화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적 지식이 개발을 위한 일종의 자원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각종 테크닉을 통해 특정한 형태로 가공 조직되어야 한다. 디자인적 사고는 바로 이러한 아이디어의 조직화, 형식화 과정에서 중요하게 기능하는데 행위자들에 대한 공감에 기반해 니즈를 명확히 정의하고 직관적으로 정리하여 시제품을 구체화하는 한편, 잠재적 사용자의 피드백을 거쳐 끊임없이 수정하는 과정 전반을 일컫는다. 일련의 조직화 과정 속에서 특정한 사회문제는 다층적인 역사적, 구조적 맥락이 절단되어 디자인된 프로세스 속에서 그 해결이 구체적으로 검증가능한 대상으로 변환된다. 이러한 디자인적 사고의 강조는 전문가들, 지식인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게 된다. 이들은 더 이상 사회문제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보편적 대안의 생산자들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혁신 사례에 대한 풍부한 지식에 기반해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아이디어 제안을 촉진하고 이를 구체적인 프로세스로 디자인하는 과정을 돕는 촉진자, 인큐베이터, 멘토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구체적 디자인 과정에서 임팩트 측정과 피드백의 중요성이 강조된다.사회혁신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 자체가 아니며 아이디어가 제시한 해결책이 실현가능해야 하고 그 결과가 측정가능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디어가 기반한 상황적, 실천적 지식에서는 모든 앎이 원칙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가지기에 지식생산 과정에서의 규범적 정당성보다 어떤 아이디어가 실험과정에서 더 많은 임팩트를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는가가 중요해진다.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측정 가능한 결과물은 각 단계마다 피드백의 기준을 제공하며 아이디어가 가진 유효성을 증명함으로써 네트워크에 연루된 행위자들을 만족시키고 이들 간의 더 심도 깊은 협력과 참여를 가능케 한다.


사회변혁의 전략이 사회구조에 대한 총체적 비판이론에 사회개혁이 특정이슈에 대한 전문적 지식에 인식론적 특권을 부여한다면 사회혁신은 아이디어의 발굴 -> 디자인적 사고를 통한 조직화 -> 결과물의 임팩트 측정을 통한 피드백 과정을 지식생산의 기본틀로 제시하고 이러한 기술적 틀에 기반하여 사회문제 해결의 아이디어들을 조직해낸다.


사회혁신의 담론 및 실천에서 아이디어 및 암죽지, 실천지에 대한 강조가 기존 국가행정의 일방성 및 전문가 집단에 문제제기로서 큰 호소력을 가진다. 국가중심의 사회공학은 현장과 동떨어져 당사자 주체들의 지식과 노하우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억압하는 경향을 가진다. 관료제 전문가 체제에서는 당사자 주체를 대상으로 구성하고 이들에 대한 지식들을 생산함으로써 이들의 통치에 기여해 왔다. 누구나 사회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며 모든 지식이 평등하다는 사회혁신의 논리가 한국사회에서 기존의 국가중심 발전주의에 대한 처방전이자 민주주의의 확장으로 수용되어 왔다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혁신에서 순환되는 아이디어와 디자인의 논리는 특정한 사회문제를 개개인의 아이디어를 통해 기술적으로 해결가능한 문제로 마름질할 뿐 아니라 그 해결과정을 문제와 해결책이 일대일 대응관계를 가지며 일정한 기간에 측정가능한 효과를 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문제해결 사이클에 종속시킨다. 각종 사회문제를 역사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떼어내어 기술적 합리성의 평면에 배치하고 개개인의 윤리적 실천과 통치기술을 통해 이를 관리, 해결가능한 문제로 재조립하는 사회적 실천의 범위 내에서 맴돌게 된다. 아이더이에 기반한 사회문제 해결 사이클 속에서는 왜라는 질문은 억압되고 어떻게라는 질문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3) 주체성 : 민중 혹은 시민에서 체인지메이커로


전통적인 사회혁명의 기획이 노동자, 민중이라는 역사적 주체를 호명하고 사회개혁이 전문가 집단과 시민의 역량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다면 누구나 아이디어와 참여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사회혁신의 주체는 특정한 정체성이나 사회적 지위보다는 개인의 윤리적 태도와 속성에 기반해 정의된다. 사회적기업가, 사회혁신가, 스마트시민, 소셜 디자이너 등 다양하게 묘사되는 이름들 중 가장 성격으 잘 드러내는 호명은 체인지메이커일 것이다. (아쇼카 재단)


사회혁신의 주체로서 체인지메이커는 정치적 시민, 비즈니스 현장의 기업가, 시민운동의 활동가 뿐 아니라 기업, 정부, 시민사회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며 유연성, 창의성, 공감능력, 팀워크, 리더십, 문제해결능력을 그 핵심자질로 갖춘 주체로 상상한다.


일련의 추상적 자질들로 구성된 체인지메이커의 특수한 성격과 위상은 다른 주체성들과의 비교를 통해 더 분명해질 것이다. 먼저 노동자와 구분된다. 노동자는 지속적, 규칙적 생산 활동종사자라면 체인지메이커는 불확실성과 변화를 기꺼이 감수하는 자이다. 이들은 리스크를 적극 감수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는 기업가적 주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삶의 모든 영역을 자원화하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전형적인 호모 이코노미쿠스로서의 기업가적 주체와도 결을 달리한다. 오히려 공감능력과 사회적 책임감을 갖춘 사회적 기업가들이다. 체인지메이커는 발전주의 체제의 순응적, 수동적 시민과 신자유주의 체제의 이기적, 경쟁적 시민과도 구분된다. 체인지메이커라는 윤리적 주체는 억압적이고 소외된 노동체제와 획일적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이자 신자유주의적 경쟁과 기업가적 주체에 대한 잠재적 무넺제기, 소외되어 왔던 빈민들의 역량강화를 꾀하는 호명이자 인류애에 기반한 세계시민의 기표로 기능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혁신프로그램이 표방하는 이러한 포용성은 실제로는 그 내부에 은밀한 배제의 선을 포함하고 있다. 체인지메이커가 목표로 하는 사회문제의 혁신적 해결이 실제로는 지난한 노동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상적 공동체 내부에 위계와 분할이 재도입된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저임금 노동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현실이며 울리히 벡의 논의를 인용하여 거버넌스의 영역이 확장되고 정부의 공적책임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시민들이 담당하게 된 공적영역의 노동을 시민노동으로 명명하는데 John Krinsky가 지적하듯 시민에 의해 수행되는 공적 노동은 이중적 의미에서 free labor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기존의 소외된 노동에서 벗어나 공동선과 사회적 가치생산에 직접 기여한다는 점에서 자유로운 노동이지만 합당한 보수가 제공되기보다 개인의 열정과 선의에 의존하는 공짜 노동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열정만 갖추면 사회적기업가가 될 수 있다는 레토릭 속에 불평등이 은폐되며 창의적이고 유연한 청년에게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회적기업가 양성계획 등은 불평등한 현실을 더욱 악화시킨다.


더 나아가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문제해결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혁신의 당사자 원칙 자체가 사실은 뚜렷한 가치판단과 잠재적 배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를 경험하고 해결하는 당사자라는 기표가 결코 투명하지 않으며 누구를 문제해결의 주체, 즉 체인지메이커로 규정할 것인가 자체가 언제나 정치적 결정과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협력을 통해 네트워크를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회혁신의 공간은 널리 개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공간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주체들에 대한 판단과 배제는 항상 동반된다. 체인지메이커의 윤리적 주체성에 포함된 유연성, 창의성, 공감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가지고 변화의 주체를 자임하는 이들만이 사회혁신의 주체인 체인지메이커로 인정되는 것이다.


4. 정리하며


사회혁신은 민주적 사회와 협력에 대한 열망을 네트워크와 플랫폼의 사회적 상상으로 관료-전문가에 대한 비판과 상황적 지식에 대한 강조를 아이디어와 디자인적 사고라는 지식형태로, 소외된 노동과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을 체인지메이커라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에 대한 강조로 번역한다. 하지만 비판적 연구자들은 사회혁신이라는 연금술이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기업가 정신을 가진 시민들의 참여로 이를 보충하려는 신자유주의적 기획과 상당 부분 공명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 글은 사회혁신에 투영된 다양한 욕망과 이해관계 속에 기존의 한국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비판의 욕구가 존재한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사회혁신은 국가-대기업 중심의 발전주의에 대한 문제제기, 1990년대 말부터 급격히 심화된 사회의 신자유주의화에 대한 도전과 성찰, 그리고 보다 민주주의적인 사회운동에 대한 열망들을 포함한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혁신의 공간은 혁신이라는 주류 경영학의 방법론 및 실천과 조우하는 지점임을 묵인해서도 안된다. 기존 한국사회를 비판하고 성찰하는 다양한 욕구들이 사회혁신의 통치합리성을 거쳐 어떻게 번역되고 국가중심 발전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열망이 기술적 윤리성의 범람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그 역설적 측면들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시인과 정치가, 경제인, 근로자가 조우할 문턱은 서로에게 공평한가? 이들은 창의적 아이디어에 기반해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체인지메이커로 위계 없이 만나 민주주의를 견인할 수 있는가? 사회혁신방법론이라는 실험실은 왜라는 질문을 복기할 만한 장치들을 도입할 수 있는가? 비판자에서 거버넌스의 협력자로 거듭난 다양한 참여자들은 본디 자신을 추동했던 비판의 열망을 어떻게 견지할 것인가?


사회혁신은 자연적인 인류사적 전환 속에서 등장하여 기존의 사회변동론을 대체할 비정치적이고 초역사적인 변화의 방법론도, 신자유주의의 확산을 위한 트로이 목마도 아닌 그 내부에 일적인 욕구들이 경합하는 과정에서 통치 프로그램의 헤게모니가 관철되어 온 정치적 공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기존의 비판담론이 손쉽게 기대어 왔던 다양한 개념과 전제들, 예컨대 국가중심주의 비판, 시민 없는 시민사회 비판, 당사자들의 자율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강조, 공감과 협력을 통한 사회적 가치의 추구 등은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혁신 영역을 비판적으로 문제제기하는데 도움이 되기 보다 오히려 사회혁신 담론 및 실천이 확산되는데 유용한 자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글은 사회혁신이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이며 모든 사람이 체인지메이커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우리를 채근하고 위협하는 목소리들 사이에서 그 비판의 장소와 발판을 찾으려는 출발점이라 하겠다.






발제 2.


사회혁신이란 무엇인가?(조상미,전종설,안소영,정지연)를 기본으로 사회혁신의 구성요소를 정리하였습니다.



1.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 개념의 이론적 배경


< 혁신이론의 역사적 흐름 >

초기 혁신이론은 사회-문화적 범주를 강조하였고, 점차 경제 및 기술적 관점으로 대체됨.

19세기 이후, 로버트 오웬과 같은 개혁가들이 사회영역에서 혁신을 추진하면서 다시 사회적 차원에서 혁신이 강조되기 시작함.

최근 사회적 차원에서의 혁신이 크게 부각된 것은 기존 제도 및 시스템이 현재 문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자 변화의 동기를 가진 다양한 주체들이 새로운 방식의 문제 해결방안을 고안했기 때문.


< 사회혁신의 성격 >

사회혁신이론은 다양한 현장을 기반으로 발전하여 적용 범위가 넓음.

이론적 측면에서 혁신, 기업가정신, 시민정신, 협동, 진화 등 다양한 학문에서 다루어진 전통적인 개념이 융합한 다학제적 성격을 지님.

이러한 성격은 공공정책가, 현장활동가, 학계 전문가 등 주체들과 그들의 활동영역을 포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짐.

하지만, 다학제적 성격의 이면엔 아직 사회혁신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한계가 있음.

사회혁신의 뿌리를 찾고 이에 기반한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사회혁신 개념을 이전보다 명확히 하려는 구체적인 다학제간 노력을 지속해야 함.


< 사회혁신 개념 >

1) 거시적 측면의 사회혁신: 사회전환(Societal transformation) 및 사회변화

사회혁신 주체는 가장 넓게 포괄되어 시민사회, 기업의 사회적책임 활동(CSR)까지 포함.

2) 학문영역(특히 경영관리)의 사회혁신: 기업전략 및 조직관리에서 사용

주로 영미지역에서 조직의 지속가능성, 효율성을 위해 연구됨.

사회혁신 주체는 영리조직과 비영리조직을 포함.

3) 개인의 사회혁신: 사회적기업가 정신과 함께 활용

사회혁신 주체는 사회적기업가, 사회적경제조직 창업가로 한정.

4) 공공영역의 사회혁신: 사회적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새로운 결과물(상품, 서비스 등) 공급 차원에서 논의

복지국가 축소에 따른 공공서비스의 대응으로 사회혁신이 활용되는 것을 의미.

5) 과정(process) 차원에서의 사회혁신: 거버넌스, 임파워먼트, 능력개발 측면

특별한 프로그램, 전략을 개발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주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획득하는 기술, 경쟁력, 사회자본으로 사회혁신을 정의.


< 사회혁신을 바라보는 관점 >

1) 결과론적 관점

- 사회적 필요에 대한 대응으로 상품, 서비스 등의 생산을 강조.

새로운 아이디어에 중점을 두는 측면 / 파급되는 사회영향력에 중점을 두는 측면

이러한 관점의 사회혁신은 주체들에게 분명한 목적(사회문제 해결)을 가진 행위라는 측면에서 명목적인 도구의 의미를 지님.

1-1) 도구적 관점(한계 지적)

과정(process) 이후엔 성과로서 반드시 특별하고 가시적인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목적론적 오류를 범할 수 있음.

모든 문제해결의 방법이 혁신적인 필요는 없으며, 결과물로서 물질적인 영역에만 목적을 두는 경우 비물질적인 영역을 간과하게 될 위험이 있음.

2) 사회적 변화의 관점(새롭게 대두)

현장에서 나타나는 태도, 행위 또는 관점들의 변화를 강조.

사회적 변화는 주체들 간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조직/사회시스템의 생성과정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맥락에서의 변화.

이러한 관점의 사회혁신은 행위자 중심으로 새로운 대안이나 사회적 실천을 건의하여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특정한 행위들로 표출됨.



2. 사회혁신 구성요소

사회혁신 개념과 범위가 다양하기에 일부 연구자들은 사회혁신 개념을 바탕으로 구성요소를 찾는 시도를 함.



< 시사점 >

본 연구를 통해 국내외 사회혁신에 대한 다양한 영역의 학문에서 평면적이고 파편화되어 있는 논의들을 재정리하고, 경험적이고 직관적인 실증자료를 근거로 사회혁신의 구성요소를 새롭게 발견함.

이번 연구로 도출된 사회혁신 구성요소는 주로 사회적 관계들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태도, 행위, 또는 관점들의 변화과정 및 그 현상 자체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분석되어 사회적 변화의 관점을 지지한다고 할 수 있음.

이 같은 맥락에서 사회혁신이란 다양한 관심을 결합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시만단체,비영리기관,영리기관,지역사회,공공기관 등)의 관계 속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공통의 목표를 형성하고 실천해가는 과정을 통해 개인, 공동체, 지역 더 나아가 사회구조의 변화를 이루는 것이라 할 수 있음.

‘뿌리 깊은 기본토양, 사회적 진단력, 다양성과 포용성’을 통해 기존 논의에서 중요한 구성요소로 나타난 ‘사회적 욕구 충족’을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재정리할 수 있음.

‘견고한 지식체계’가 새롭게 도출되었고, ‘자기혁신’은 미우라히로키(2013)가 제시한 연속적 자기혁신에 한계인식, 자기성찰력, 자기개발의 세부요소를 추가 보완하면서 그 필요성을 더욱 부각함.

‘사회영향력, 지속성’을 통해 사회혁신은 일부 특정 집단의 필요를 채우는 것이 아닌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어 변화를 이끄는 것에 최종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 한계 >

보다 다양한 현장 활동가,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사회혁신의 개념 재검증이 필요함.

참여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혁신의 구성요소를 도출하는 목적이 있었기에 텍스트 분석 위주의 개념을 범주화하는데 그쳐 사회혁신을 형성해 가는 역동적인 과정을 보다 심층적으로 고찰하지 못함.

규정된 사회혁신 구성요소들을 기반으로 어떠한 경험적 과정을 통해 그 구성요소들을 형성해 가는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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