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N개의 공론장_공론장을 위한 공론장 발표 결과

낭만민네이션
202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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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에서 참여로, 정보에서 지식으로, 그리고 지혜로

‘건강한 공론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사회혁신해봄 협동조합(이하 ‘해봄’)의 「공론장을 위한 공론장」이 2019년 11월 29일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열렸습니다.

들어가기 인터뷰에서 해봄의 조합원 강준원 씨가 들려준 계획과 같이 이날 공론은 두 파트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1부는 해봄의 조합원 원유준 씨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론장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시간이었고, 2부는 해봄의 조합원 민경인 씨가 공론장의 4가지 원리와 전제를 설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조별로 모여 앉은 참여자는 각 발제를 경청한 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날 대화를 돌아보는 이 글에서는 두 발제자의 문제 제기에 대해 간략히 요약하고, 논의 종료 후 각 조의 퍼실리테이터가 정리·발표한 참여자들의 조별 토론 내용을 가능한 한 그대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우리 주변의 공론장 다시 생각해보기

해봄에서 공론장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조합원이자 은평구청에서 협치지원관으로 일하고 있는 원유준 씨는 자신이 경험한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론장의 문제점을 가상의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평소 관심 있던 주제의 공론장에 참석한 ‘나’는 다음과 같은 문제 요소를 겪었습니다. 사전: 사전 설계 부실, 참여자의 수단화 등. 본 미팅: 논의 촉진 요소 부족, 퍼실리테이터 역량 부족, 공적 담론 형성 저해 요소 다수 등. 사후: 피드백 없음, 일회적 등.

원유준 씨는 형식과 내용의 차별성 없이 위와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 깊게 성찰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며, 지속적인 고민으로 함께 일상 공론장의 ‘베이스캠프’를 높이자고 제안했습니다.

공론장의 전제와 네 가지 원리

마찬가지로 해봄에서 공론장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조합원 민경인 씨는 공론장의 전제와 네 가지 원리에 대한 기조 강연을 펼쳤습니다.

공론장이란 “사회구성원 간의 합리적 토론을 통해서 사회구성원들의 보편적 이익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담론적 공간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개개인마다 인지 거리가 제각각이기에 이에 대한 사전 합의가 없다면 ‘보편적이고 사회적인’ 결론에 다다를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인지 거리를 확인하고 조정하는 작업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공론장은 “인지 거리가 충분히 길어야 하고, 또 길어지는 공간”입니다.

공론장의 네 가지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론장은 ‘합리적 토론’의 공간입니다. 둘째, 공론장은 경험(data)이 연결되어 정보(information)가 되고, 토론을 통해 지식(knowledge)으로 발전하는 ‘담론의 공간’입니다. 셋째, 공론장은 나를 위한 것을 넘어서는 사회의 ‘보편적 이익’이 우선이 되는 공간입니다. 넷째, 공론장은 참가자 각자의 적절한 이해, 겹쳐진 합의(overlapping consensus)를 찾아내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전제와 원리를 바탕으로 공론장은 시민이 주체가 되는 ‘잠재적 권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민경인 씨는 공론장 이론의 배경이 되는 철학적 논의들을 설명하며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렇다면 동원에서 참여로, 정보에서 지식으로 가는 공론장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참여와 지식의 공론장 만들기

조별로 모여 앉은 참가자들은 앞선 두 명의 발제자가 던진 질문을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아래는 각 조의 퍼실리테이터가 정리·발표한 논의 내용입니다.

1조:

‘동원과 참여가 정말 얼마나 다른 걸까?’ 고민했어요. 동원된 사람이 행사에 와서 참여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어떻게 하면 참여의 주체가 될 수 있을지 나눠봤어요. 공론장 주최 측이 시민이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 혹은 한계를 알려주는 것,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내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또한, 사회적 약자가 존중받고 사회적 강자가 변화될 수 있게 만드는 것, ‘정보’를 잘 전달하는 것, 주제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마지막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면 좀 더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2조:

저희는 먼저 ‘언제 동원됐다고 느끼나?’를 되돌아봤습니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 참여할 수 없을 때, 합의한 결론이 실제적으로 반영되지 않을 때, 선착순 인원 메꾸기 등 사람이 수단으로 이용될 때 동원됐다고 느꼈습니다. 반면, 내 의견을 타인이 경청하고, 협의 내용을 추후 확인할 수 있을 때 참여했다고 느꼈습니다. 이후 ‘참여’를 위한 공론장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세 가지 과정으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는 사전 정보가 충분히 공유돼야 한다는 것. 운영 과정에서는 퍼실리테이터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 후속 과정에서는 참여자 의견이 기록되고 그것이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3조:

‘자발성과 주체성’이 동원과 참여의 결정적인 차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공론장 참여자의 권한 유무 역시 중요한 기준이며, 평등의 전제 역시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역시 건강한 공론장에 필요한 것은 충분한 시간과 자원이지 않나… 그리고 공론장 주최자 또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를 희생시키는 게 아니라, 모인 사람들도 주도적으로 함께 시작점에 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러려면 장치가 필요한데, 그게 학습이든 무엇이든 효능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요.

4조:

저희는 먼저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어요. 자신과의 밀접도에 따라 참여성과 자율성의 차이가 있고, 이해의 깊이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공론장을 ‘참여’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첫째로, 주제. 참여자와 좀 더 밀접한 주제를 발굴해 타깃을 설정해야 자발성, 목적 의식 등이 높아진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둘째로, 환경.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마련해줘야 하고,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셋째, 배려.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약속을 사전에 잘 정의하고 지켜야 이해와 경청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지혜로

이날 사회를 맡은 해봄의 조합원 강준원 씨는 공론장 참여 소감을 다섯 글자로 답해달라 물었습니다.

‘공론재밌다’ ‘유익한시간’ 등 발제가 와닿는 진솔한 시간이었다는 평이 이어졌습니다. ‘스케일다운’이라 말한 참가자는 규모가 작은 공론장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말했습니다. ‘다양한생각’ ‘새로운경험’ ‘정리의시간’ ‘공론장계속’ ‘의미남기를’ 등 공론장 자체에 대한 고민이 후속으로 연계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한 퍼실리테이터는 ‘깊은아쉬움’으로 소감을 전했는데, 참가자로 왔으면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며 더 큰 재미를 느꼈을 거라는 뜻이었습니다.

강준원 씨는 공론장 준비 과정에서 들려줬던 해봄의 향후 계획을 밝히는 것으로 대화의 자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동원에서 참여로, 정보에서 지식으로, 그리 지혜로 나아가는 공론장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서로 충돌하는 사적 이익 사이에서 최대의 공공선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일. 그 말처럼 우리의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그려봅니다.



(공론장을 위한 공론장 리뷰 끝)

*글 : 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김홍구 에디터
*사진 : 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전소영 에디터




해봄이 청년허브와 콜라보해서 N개의 공론장을 열었습니다. 

발표자료는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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